울진의 나곡수중 (2017년 7/8월호)

 

서울환경영화제 ‘소녀와 난파선’을 보고 다녀온 울진의 나곡수중

제14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소녀와 난파선’ 이라는 영화를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극장에서 상영을 했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김하늘담은 수중사진작가를 꿈꾸는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10대 소녀였다. 그리고 나곡의 난파선에서 그림을 그리는 수중화가를 만나 둘은 사진과 그림을 난파선 포인트에서 수중전시회를 한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한 시간 남짓한 영화가 끝날 때쯤엔 나도 나곡수중의 바닷속을 구경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다.
내가 해양실습으로 오픈워터를 처음 했던 바다도 나곡이었다. 97년도에 오픈워터 C카드를 받고 2002년 강사가 된 후, 그 뒤로 여러 번 나곡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지난 10년 동안은 어쩌다 나곡을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소녀와 난파선’ 이라는 영화를 보고 그 동안 나곡의 바닷속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나곡에서 다이빙이 하고 싶은 마음에 주말을 이용해 지난 6월과 7월 이렇게 2번을 다녀왔었다. 울진군 북면 나곡으로 가는 길은 바닷가를 따라 꼬불꼬불 가던 예전과 달리 고속도로처럼 넓고 시원하게 길이 뚫려서 서울에서 4~5시간이나 걸리던 거리는 3시간 30분만에 갈 수 있었다.

 

가운데 필자와 함께 다이빙을 한최규홍 씨(좌측), 박환 씨(우측), 박환 씨도 거제도에서 다녀갔다.

7월에 함께 다이빙을 했던 황민수 씨 가족의 꽃동산에서 안전정지 중.

멀리 거제에서 주니어 오픈워터인 아들, 딸과 함께 다녀갔다.


6월의 다이빙은 영화 속의 주인공 김하늘 닮은 소녀가 다이빙을 했던 난파선 포인트를 첫 다이빙으로 들어갔고, 두 번째는 수중 고착 생물이 잘 보존된 꽃동산에서 다이빙을 했다. 난파선 포인트는 어느새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모습답게 그 흔적은 많이 사라지고 선수의 일부와 선미의 뼈대 같은 앙상한 모습만 남아 있었다. 앞서 먼저 내려간 다이버의 하얀 버블이 내 뺨을 스쳐 지나간다. 덩달아 깊은 수심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면 서, 점점 그 깊어지는 수심에 하강라인의 끝자락에 흐릿하게 난파선의 흔적이 보인다. 많은 무리의 물고기가 예전부터 자기 집처럼 살아 왔다고 다이버의 방문을 환영하듯 도망을 가지 않는다.
최대 수심 22m, 바닥 수온은 8도, 다이빙 시간은 25분, 생각보다 추운 바닷속에서 그리 길지 못한 다이빙 시간을 마치고 상승했다. 두 번째는 꽃동산 포인트였다. 하강라인을 따라 내려가니 커다란 암반에 어른 주먹보다 큰 멍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일절 채집을 못하게 하다 보니 지난 세월만큼이나 멍게의 크기는 상상외로 컸었다. 역시 아직은 낮은 수온 때문인지 그리 오래 다이빙을 못하고 1차와 동일하게 25분 만에 상승했다.

 

난파선에 모여 있는 물고기 무리들, 다이버가 다가가도 별로 도망가는 기색이 없다.


6월에는 이렇게 2번의 다이빙을 마치고 아쉬운 마음에 7월 어느 주말에 다시 울진에 나곡수중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민섭 강사님은 서울에서 내려와서 나곡수중의 다이빙을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은 첫인상에 살포시 웃으면서 친절히 대하는 모습과, 같이 다이빙 하면서 유유히 홀로 파란 바닷속을 중성 부력만 이용 해 상승하는 모습은 아직도 내 기억에 선명하다, 아마 이날 시야가 너무나 좋아서 내 기억이 더 영롱한 것 같았다. 역시 이날도 첫 다이빙은 난파선을 들어갔다. 6월보다는 시야는 더 좋아졌고 수온도 7도가 오른 15도 이었다. 여전히 도망가지 않고 몰려있는 물고기 떼를 구경하고, 두 번째 다이빙은 꽃동산으로 진행 했었다. 6월에는 추워서 재대로 구경을 못한 꽃동산 포인트이지만 이번에는 6월보다 시야가 더 좋고, 수온이 오른 덕분에 커다란 암반을 한 바퀴 돌고서도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전에 못 봤던 여러 종류의 갯민숭달팽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40분가량의 다이빙을 마쳤다.

 

침선과 다이버 (모델 - 최규홍씨)
마지막 다이빙을 했던 기잠 포인트에서


세 번째 다이빙은 일부로 침몰을 시킨 침선 2호를 들어갔다. 하강하면서 얼마 되지 않아 커다란 침선의 모습이 거의 한눈에 들어온다. 시야가 동남아시아의 어느 포인트 못지않다. 배의 주변에는 인공구조물을 이용해 배를 보호하고 있었다. 배의 크기는 약 30~40m 정도 되는데, 배의 절반 이상이 거의다 보일 정도로 깨끗한 시야였다. 나도 모르게 호흡기를 문 입 속에서는 혼잣말로 중얼중얼 환호성이 나온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다이빙의 깊은 매력에 마법처럼 순간 빠져들었다. 근래에 보기 드문 맑은 시야에 원형 그대로 유지가 된 침선의 곳곳을 살펴보며 컴퓨터에서는 상승을 알리는 무감압 한계 시간에 다 달았는데도 모두들 상승하기를 아쉬워한다. 이날 멀리 거제도에서 올라온 황민수 씨도 멀리 온 보람이 있다고 하면서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가는 내내 멋진 침선 다이빙포인트에 대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7월에 잠수한 침선 포인트에서 (이날 시야가 너무 좋아서

멀리 난파선의 끝자락도 훤히 보인다)


이렇게 7월의 어느 주말 3회의 다이빙을 마치고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나곡수중의 이민섭 강사님이 다이빙을 한 번 더 하라고 권하신다. 4번째 다이빙은 서비스로 해 준다고 얘기를 하신다. 모두 멀리서 새벽에 움직여 몸은 지쳤지만 맑은 시야를 보고 와서 아쉬움이 남는 순간에 서비스라는 말에 망설이 없이 모두들 OK를 한다. 그렇게 네 번째 포인트는 10m 내외의 낮은 수심인 기잠으로 향했다.
보트를 타고 약 5분이 걸리지 않는 가까운 지역으로 초보자 교육하기 좋은 포인트다. 바닥에 많은 암반이 깔려 있고 수심이 10m부터 5m까지 완만하게 이어져서 안전정지를 하고 상승하기도 부담이 없는 포인트다. 다이빙 내내 드라이를 입고했지만 마지막은 한기가 느껴지면서 약간의 추위가 찾아 온다. 물론 시야는 여기도 10m 이상은 나왔다. 서로 멀리 떨어져서 수신호를 해도 한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에 조급함이 없이 여유롭게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침선 포인트에서


멀게만 생각되었던 나곡이 오늘은 가깝게 생각이 되고, 자주 오고 싶다고 느껴진 다이빙이었다. 특히나 하늘빛만큼 파란 물속에서 바닥이 유난히도 훤히 보이고, 큰 배의 모습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그런 날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다이빙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았다. 많은 다이빙을 다녀 보지만 오늘처럼 한국 바다가 시야가 좋다면 그 곳이 어느 지역이든 다이빙 여행이 지루하거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흔히들 한국 바다는 제주도 말고는 볼 것이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오늘 같은 한국 바다를 보았다면 한국의 바다도 정말 멋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것 같다.

 

6월에 꽃동산 포인트에서 본 눈꽃송이갯민숭달팽이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우리에게 암시하는 것은 오늘처럼 맑은 시야의 바닷속에서 물고기와 인간이 더이상 바다가 더럽혀 지지않고 같이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는 내일을 꿈꾸는 것은 아닌가 한다. 부유물 하나 없이 유난히도 물이 맑아서 아직도 내 머리의 침선 포인트의 잔잔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곡수중을 다시 찾아 가고 싶다는 생각은 나혼자 만이 아니고 함께 다이빙 했던 일행들 모두의추억이 담긴 아쉬움이었다.

 

글/사진 이상훈

 

 

글쓴날 : [17-08-09 16:21] 스쿠바다이버기자[diver@scuba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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