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과 열정으로 나의 꿈을 이루다 (2018년 9/10월호)

 

옛날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는 지금도 주위에서 알아주는 얼리어답터이시다. 덕분에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우리 집에는 방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스크린과 빔프로젝터가 있었고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TV를 시청하며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갑자기 웬 빔프로젝터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내가 바다를 사랑하고 다이빙을 사랑하게 된 출발점이이 빔프로젝터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내가 가장 관심 있었던 프로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였다. 친구들은 그 재미없는 걸 왜 좋아하냐며 손사래를 치곤 했지만 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을 반짝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중에서도 바다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때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스크린 앞에 뛰어갈 정도로 푹 빠져있어 부모님이 나를 위해 따로 녹화까지 해둘 정도였다. 커다란 스크린으로부터 다가오는 상쾌한 푸른빛, 그 안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돌고래를 비롯한 각종 생명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금은 그저 한쪽 벽을 겨우 채울 만한 작은 사이즈이지만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는 한없이 커보였던 스크린을 통해 다가오는 푸른 바다는 마치 내가 그 안에서 유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때가 출발점이었을까? 나에게 바다는 항상 거대한 모험으로 다가왔고 상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막연한 동경은 스쿠버다이빙이라는 스포츠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구체적인 열정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사람이 없었고 미성년자가 쉽게 접할수 있는 비용도 아니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다.


당시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나의 동경은 실로 대단했다. 인터넷상으로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며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각종 단체나 장비에 대해서 찾아 정리해 놓는 것도 모자라 전사지에 PADI 마크를 프린트하여 직접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다니기도 했다. 그 당시 싸이월드 다음으로 많이 접속하는 인터넷사이트가 다이브웹이었다. 매일 한두 개씩 올라오는 구인 구직게시판의 글들은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다이빙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을 자라게 했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드디어 남자가 가장 무모해지는 시기를 맞게 되었다. 바로 군대를 전역한 것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전혀 다이빙한 적 없는 나는 전역하기 두 달 전부터 다이브웹의 구인 구직란을 통해 이곳저곳으로 연락을 돌렸고 2시간 거리의 천안까지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래서 한 다이빙센터로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울었을 즈음 다이브웹에서 디퍼다이브의 구인 글을 보게 되었고 당당하고 자부심 넘치는 글에 마음을 빼앗겨 면접까지 보았던 다이빙센터를 뒤로 하고 디퍼다이브를 향해 떠났다.


물론 떠나는 여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내 주위에는 다이빙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에 주변 사람들은 다이빙을 배우기 위해 몇 달간 해외로 떠나겠다는 나를 대단한 괴짜라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다이빙은 위험한 스포츠라는 생각이 강하셨기에 나를 말렸고 군대에서 제대하기를 기다린 애인은 또 다시 몇 달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모든 상황이 부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천천히 쌓여온 나의 열정에 붙은 불을 끌 수는 없었다. 이처럼 주위의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떠나야 했기에 스쿠버다이빙으로 내딛딘 나의 첫걸음은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나의 다이빙리조트 적응기는 쉽지 않았다. 수영조차 하지 못했기에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근무시간 전부터 수영을 연습했고, 오랜 기간 인터넷검색으로만 알아 왔던 어설픈 지식을 하나하나 고쳐나갔다.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하루빨리 쓸만한 직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일하는 시간이 사실상 많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환경과 낯선 사람들로 인해 몸은 항상 고되었지만 마음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출처도 불분명한 정보들이나, 답답했던 지식에 대한 갈증을 원없이 해결할 수 있었고 수없이 상상해왔던 일들을 실제로 하고 있다는 즐거움이 항상 내 안에 가득했다.


사실 인터넷상에서 나처럼 일하며 다이빙을 배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다이빙을 배우는 것이 아닌 허드렛일을 하며 보수의 일환으로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한 가지 확실히 아는 것은 디퍼다이브와 장태한 강사님을 만나게 된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는 것이다. 대표 강사님부터 교육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철저히 지켜나가고 원칙을 고수하시니 직원 강사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이제 막 배워가는 나에게도 자연스럽게 좋은 습관들이 학습될 수 있었다. 최고의 시설에서 훌륭한 강사님들께 교육받을 수 있는 행운을 얼떨결에 거머쥐게 된 덕분에 오픈워터부터 한 걸음씩 천천히 실력을 쌓아갈 수 있었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학생들을 관리하고 교육을 보조할 수 있을 정도가 될 수 있었다.


다이빙 실력과 지식을 천천히 쌓아가며 배우는 즐거움을 마음껏 느끼고 있을 무렵 나의 모든 계획에 뜻밖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집안 사정의 악화로 하루빨리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이 남았음에도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 견디기 어려웠지만, 피눈물을 삼키며 한국으로 돌아갔고 가족으로서 해야 할 본분을 충실히 지켰다. 막상한국으로 돌아와서 해야 할 일들을 다 정리하고 한숨 돌리게 될 무렵이 되자 마음의 반절을 남겨 두고 온 그 자리가 얼마나 많이 생각났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할 만큼 하지 않았냐는 주위의 만류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잠깐의 짧은 꿈을 꾼 대학생이 되어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무렵 장태한 강사님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사과정을 알려주기 위해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잊지 않고 나에게 연락을 해주신 것이었다. 연락을 받는 순간 너무나 좋은 기회이고 이 순간을 놓치면 나중에 멀고 먼 길을 돌아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건강상의 문제로 첫 번째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이듬해인 2018년 7월에 계획되어 있던 모든 여행, 각종 공모전 등을 주저 없이 내려놓고 필리핀의 디퍼다이브로 향하게 되었다.


내가 사랑에 빠진 바다를 누군가에게 소개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있었고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기에 이러한 많은 내용들을 다루어야 하는 강사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더구나 디퍼다이브에서 일을 했던 장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강사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매 순간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하는 강사 동기들과 함께 한 달여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 IDC 교육을 받았다. 총 일곱 명의 동기 전원이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 IE에 합격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우리가 강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한 사람 한 사람 부족한 점들이 너무나 많음에도 마지막까지 우리를 지도해 주신 장태한 강사님의 인내심과 프로정신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젊은 나도 체력적으로 지치는 순간이 많이 있었는데 모든 과정에서 항상 앞서가며 이끌어주신 강사님께 지금 이글을 빌어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제 나는 PADI 강사가 되었고 그동안 오랜 시간 가져온 다이빙에 대한 나의 소원들을 많이 이룰 수 있었다. 강사가 되었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모두 관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뤄왔던 대학공부를 마무리할 것이고 그 이후의 인생을 준비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바닷가에 리조트를 하나 차리고 강사님이 나에게 보여주셨던 프로정신, 교육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바다를 사무실 삼아 살아가며 그곳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에 빠진 바다를 소개할 날을 기대해본다. 여기까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열정과 꿈만 가지고 바다에 뛰어들었던 내가 스쿠버강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이 짧은 글이 아직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이미 오랜 시간을 달려온 사람에게는 열정을 회복할 수 있는 동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글 김다훈 (PADI 강사)

 

 

글쓴날 : [18-09-26 10:43] 스쿠바다이버기자[diver@scuba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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