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흔든 질병과 치유의 역사 ⑧(2019년 3/4월호)

세인트루이스의 신형 인플루엔자,
나는 시민이 죽는 걸 바라지 않는다

 

1918년 전 세계를 강타한 신형 인플루엔자 스페인 독감이 발생했다. 공식적인 최초의 환자는 같은 해 3월 미국 캔자스 주 펀스턴 기지 막사에서 발열과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몰려든 병사들이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어서 미국 내 각 병영은 유럽 전선에 투입하기 위해 징집된 병사들로 북적거렸다. 펀스턴 기지 이후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앨라배마 등의 병영에서도 잇달아 같은 증상이 나타났지만,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세탁기나 전기냉장고, 축음기, 자동차 등이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시 국채 선전을 위한 시가행진 등의 화려한 분위기 속에 사람들의 마음은 들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젊은 병사가 ‘폐렴’으로 죽어 간다는 이상 현상이 일부 군의관들 사이에서 제기되었지만, 무시되고 곧 망각되었다.


일본으로 눈길을 돌려 보면 1918년 5월 초순, 요코스카 군항에서 군함 ‘스오’의 승무원이 인플루엔자 증상으로 15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리고 6, 7월에는 전국 각지의 연대에서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당시 군부대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확산하자 1918년 6월 18일자 후쿠오카『니치니치 신문』에는 ‘군대병, 유행성 독감’이라는 기사가 실렸다(「일본을 덮친 스페인 인플루엔자」, 하야미 아키라). 이 유행을 시초로 그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독감이 창궐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그 당시 세계 인구 18억 명 중 약 8000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전체 인구의 42%가 감염되고 그중 45만 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도 1차 세계대전 전사자 10만여 명 중 80%가 인플루엔자로 인한 병사였다. 스페인 인플루엔자의 세계적 유행은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미국 사망자의 도시별 분포를 보면 필라델피아가 0.7%, 세인트루이스는 0.3%였다. 세인트루이스는 대도시 중에서 사망률 최저를 기록했다. 사망률만으로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사회 전체에 끼친 영향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왜 세인트루이스는 피해를 최소한도로 막을 수 있었을까. 세인트루이스의 시장은 최초의 희생자가 발생하자 즉시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그리고 모든 학교와 극장, 교회 미사, 대형 판매점, 오락 시설을 폐쇄하고 장례식을 포함한 집회까지 금지했다. 모임은 물론 결혼식조차 연기되자 시민들은 영업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시장에 대한 불만과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시장은 “나는 시민이 죽는걸 바라지 않는다.”며 수많은 비난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사회를 통제했다. 시 전체 감염률이 아직 2.2%인 상태에서 조기 예방 조치를 단행한 결과, 세인트루이스는 신형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피할 수 있었다. 병원 등의 의료기관과 사회 기능을 방어한 결과 환자 발생 수는 평탄한 곡선을 그렸고 희생자를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사회 활동에 대한 당국의 개입이 늦은 필라델피아에서는 감염률 10.8%인 시점에서 뒤늦게 규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8주에 걸친 신형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수많은 시민이 동시에 감염·발병했기 때문에 의료는 물론 사회 기능 전체가 마비되었다. 그로 인해 약 1만 5,000명이 사망하는 등 막대한 희생을 초래하였다.


신형 인플루엔자는 조류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하기 쉬운 인간형 바이러스로 변이해서 발생한다. 본래 동물에게 발생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인간은 면역성이 없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감염되기 쉽고 첫 감염에도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형 인플루엔자는 모든 인간을 표적물로 삼기 때문에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폭발적으로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면역을 갖기 전까지는 파도처럼 반복적으로 유행한다.


비록 치사율은 낮지만, 감염자의 분포가 막대하므로 엄청난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단기간에 많은 사람이 집중적으로 감염되면, 먼저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고 다음으로 식량과 에너지 등 라이프 라인의 확보가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사회 기능의 저하와 사회 활동의 침체를 초래하며 2차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인구 과밀화와 빈번한 역내 이동으로 인해 신속하고 유효하게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도로 세분화된 사회 기능을 배경으로 필라델피아의 비극은 더욱더 강력해질 것이다.
반면에 사람이 붐비는 곳을 피하고 감염 기회를 줄이면 동시 대량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의료시스템을 방어하여 사회 기능의 파탄을 막을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경험은 신형 인플루엔자 유행의 형태를 인간의 지혜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조 현상으로서 제1파 유행은 바이러스가 아직 인간형이 아니므로 전파력이 낮고 유행 규모는 비교적 작다. 제2파는 바이러스가 인간형으로 변이되어 전파력이 높고 유행 규모가 커진다. 지금은 칭송받는 세인트루이스 시장도 90년 전 유행 당시에는 불확실한 상황 아래서 규제를 계속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03년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한고병원성 H5N1형 조류 인플루엔자는 2015년 현재에도 이집트를 중심으로 인간에 대한 감염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유전자 해석 결과 조류 인플루엔자는 인간형 바이러스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이 H5N1형 강독성 조류 인플루엔자에서 신형 인플루엔자 발생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발병률이 높은 신형 인플루엔자의 위험성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나는 21세기형 신형 인플루엔자 대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글 오카다 하루에(岡田晴惠)

옮긴이 황명섭

 

 

글쓴날 : [19-03-20 10:26] 스쿠바다이버기자[diver@scuba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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