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쥬라기 공원 멕시코 소코로섬(2019년 3/4월호)

 

 

5년의 기다림, 편도 50시간의 여정
스쿠바다이버가 혹등고래를 응시하고 있는 것을 찍은 사진과 숨이 멎는 영상, 그리고 경이로운 장면들로 가득한 다큐멘터리.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4년, 저는 소코로를 처음 접하고 이곳 리브어보드 1대를 온더코너 멤버들만으로 차터(전세예약)하여 가봐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 그러나 혹등고래 시즌이라는 1월 말부터 3월 말까지의 기간은 그때부터 벌써 향후 3년 치 예약이 꽉 차 있었고, 2018년 시즌은 2016년 초순경 북미권 그룹들에 밀려 예약이 불발되었다. 2019년 시즌이 지나기 전에는 반드시 가야겠다는 결심이 들어, 2016년 가을에 파인드블루를 통하여 드디어 차터에 성공하였다. 한국인 최초 소코로 차터투어인 것이다. 이후 2019년 2월초 설 연휴까지 3년을 기다렸다.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순식간에 흐른 것 같다.

 

돌고래를 만난 기쁨을 별모양으로 표현함


소코로의 정식 명칭은 레비야히헤도 제도(Revillagigedo Archipelago)이다. 멕시코의 바하 캘리포니아 반도 남단 카보산루카스 항구에서 남서쪽으로 390km 떨어져 있다. 인천공항에서 LA 공항까지 11시간의 비행, 경유대기 6시간, 산호세 델 카보(SJD) 공항까지 3시간 비행, 승선까지 다시 3시간의 대기, 이후 배로 24시간 정도 가면 비로소 소코로 바다에 도착했다. 사소한 이동과 대기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소한의 일정임에도 편도로 50시간이 넘는 여정 끝에야 닿았다. 5년의 기다림, 편도 50시간의 여정을 거쳐, 현지 시각 2019년 2월 2일 토요일 07:30 드디어 바닷속 쥬라기 공원에 첫 입수를 하였다.

 

노을빛에 물든 산베네딕토섬

 

고래상어, 만타, 돌고래와 함께한 체크다이빙
소코로 지역의 대표적인 체크다이빙 포인트는 산 베네딕토섬 남동쪽에 위치한 캐년이다. 이곳은 만(bay)의 형태라서 파도의 영향을 덜 받아 잔잔하고, 바닥(수심 20~25m)이 있는 곳이기에 체크다이빙에 적절하다. 브리핑도 웨이트 체크에 집중해달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우리 일행 18명은 3팀으로 나누어 진행했고, 저는 첫 번째 입수하는 팀의 가이딩을 일정 내내 맡았다.
스키퍼라는 비교적 큰 형태의 딩기를 타고 모선(노틸러스 언더시)을 출발하여 입수지점에 도착했다. 짙푸르게 일렁대는 물색이 태평양 한가운데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백롤 입수와 바로 이어지는 하강, 25도의 수온이 예상보다는 따듯하게 다가왔다.

 

보일러의 블랙만타와 다이버

체크다이빙에서 본 고래상어

 

팀원들과 OK 사인을 주고받던 중, 서쪽 하늘에 검고 큰 물체가 보였다. 고래상어였다. 소코로 첫 다이빙에서 입수 직후 고래상어를 만난 것이다. 서쪽에서부터 불어오는 조류 덕에, 고래상어도 우리도 별로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계속하여 서로를 응시할 수 있었다. 짙푸른 물색과 고래상어의 미끈한 자태, 시원하게 몸을 훑어내던 조류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고래상어를 보내고 남동쪽으로 진행하니 수심이 점점 깊어지고, 계속하여 자이언트 만타레이(오셔닉 만타레이)가 출몰했다. 자이언트 만타레이는 무척이나 크고 우아하다. 소코로 바다의 만타레이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바로 다이버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다이버가 내뿜는 버블이 자신의 몸에 닿는 느낌이 클리닝과 비슷하여 좋아하는 것 같다. 다이버가 만타를 쫓는 것이 아니라, 만타가 다이버를 계속하여 따라온다. 여러 앵글에서 만타를 촬영했고, 심지어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체크다이빙에서 본 고래상어


체크다이빙 출수 무렵 SMB를 전개하고 릴을 잡고 있는데, 누군가 고음으로 웃는 것 같은 소리가 크게 들려 돌아보니 돌고래 3마리가 있었다. 다이버를 흉내 내듯, 물속에서 수면으로 버블을 쏘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웃고 장난치는 돌고래를 가까이서 바라보다니, 이보다 경이로운 출수가 있을까 생각했다.

 

기대에 넘치게 응답해 주었던 보일러
산 베네딕토섬 북서쪽에 보일러라는 포인트가 있다. 거대한 수중 산의 지형이 특징인 이곳은, 파도가 칠 때 봉우리 부근에 물이 끓듯 기포가 올라와서 보일러라는 명칭을 얻었다고 한다. 보일러에 대한 극찬이 많았기에, 기대에 부풀어 입수하였다. 이곳 수중 산은 마치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얇은 지층이 켜켜이 쌓여서 형성되어 있기에, 매우 독특한 인상을 준다.

 

보일러의 돌고래들


입수하자마자 짙푸른 바닷속 정적을 뚫고 돌고래들이 웃으며 지나간다. 두손을 모아서 보여주면 돌고래가 손에 키스를 해준다는 브리핑이 있었기에, 멤버들은 다 같이 손을 모아서 돌고래에게 보여준다. 돌고래 웃음소리와 멤버들의 웃음소리가 버블과 함께 물속에서 부서지며 올라간다. 이곳 돌고래의 가장 큰 특징은, 수면에서부터 40m 수심까지 머리를 아래로 한 채 자유낙하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다이버에게, ‘너는 이거 할 수 있어?’라고 묻는 것 같은 인상이다. 돌고래가 웃으며 낙하를 시작하면, 주변의 다이버들이 따라서 내려가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보일러 수중에 있는 국립공원 현판


고개를 들어 15m 이상의 수심대를 바라보니, 만타들이 여유롭게 유영하고 있다. 다이버들이 뿜어낸 버블들을 몸에 가득 부딪히며 떨고 뒤집고 즐기고 있다. 아주 커다란 블랙만타도 있다.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것 같은 짙은 어둠색의 블랙만타가 다가오면,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블루워터에 혼자 나간 다이버가 있으면, 그에게 3마리가 함께 다가가서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보일러의 북서쪽 수중 15m 지점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는 내용의 현판이 놓여있다. 소코로 지역이 멕시코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더욱 엄격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시행되고 있다. 다이브 포인트에는 한 시점(45분 기준)에 1대의 리브어보드에 탑승한 다이버들만 입수할 수 있고, 한 포인트에 3대의 보트만이 입수 가능하다. 어업은 금지되며 멕시코 해군이 이를 감시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보일러의 지형

로카 파르티다의 얕은 수심

 

혹등고래가 뛰어놀던 그곳, 로카 파르티다
캐년, 보일러 두 곳 모두 포인트 인근에 정박했던 노틸러스 리브어보드 선상에서 혹등고래가 숨을 뿜고, 물 위로 점프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고 휴식하는 그들의 모습은 경이와 감동 그 자체였다.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 소코로의 늦겨울부터 초봄까지의 시기에는 많은 다이버들이 경쟁적으로 예약을 시도한다.
로카 파르티다는 망망대해에 우뚝 솟은 돌기둥 형상의 포인트이다. 물 위에 노출되어 있는 바위는 새의 분변으로 인해 새하얗다. 로카 파르티다에 도착하였을 때, 바위 바로 옆에서 숨을 뿜고, 잠수하는 혹등고래 모자(母子)를 보고 기대와 설렘으로 부풀었다. 스키퍼를 타고 있을 때 수면 가까이에서 보기도 했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다. 버블을 경계하는 고래의 특성 때문이다.

 

로카 파르티다 발코니의 상어들


소코로 바다의 가장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가 바로 로카 파르티다이다. 사방에 수평선만이 보일 정도로 멀고 외딴 바위섬인 이곳은, 큰 바다의 특성이 집약된 곳이다. 거대한 참치가 터주대감처럼 다이버들 사이를 휘젓고, 블루워터에는 참치들과 망치상어들이 스쿨링을 이루며, 절벽에 움푹 파여서 발코니라고 불리는 곳에는 화이트팁 샤크들이 겹을 이루며 쌓여있다. 수면을 바라보면, 마치 하늘에 물고기들이 떠다니듯 전갱이와 트레발리들이 맑은 물결을 헤치며 돌고 있다. 출수할 때 수면 위로 솟아서 파도를 맞는 흰 바위섬을 바라보고 있으면, 비현실의 극에 닿았다는 감상이 든다.

 

카보피어스 포인트의 지형과 다이버

체크다이빙에서 찍은 셀카

 

독특한 지형과 망치상어들의 행진, 소코로섬
마지막 행선지는 소코로섬의 카보 피어스 포인트였다. 마치 거대한 만타레이의 꼬리가 바닷속으로 서서히 잠긴 것 같은 지형이다. 용암이 순식간에 굳어서인지 수중에 가파른 산맥이 굽이친다. 갑자기 나타난 웅장한 산세에 놀라서 셔터를 수차 눌렀다. 이곳은 물때에 따라 시야가 흐릴 때도 있다. 그러나 흐릿한 시야가 산들을 조금 감싸주어, 오히려 분위기의 신비함이 더 해진다.
만타 클리닝 스테이션이 수심대별로 3곳이 있는데, 아쉽게도 저는 이곳에서 만타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매 다이빙마다 망치상어를 보았고, 두 번째 다이빙 때는 입수와 동시에 깊은 수심에서 빛나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망치상어 스쿨링을 만났다. 수심에서부터 35m 수심까지 다급하게 내려갔고, 동쪽으로 강하게 밀어내는 조류 덕분인지, 150마리가 넘는 망치상어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고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파노라마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큰 무리의 망치상어 스쿨링은 처음 보았다. 심장은 귀에서 쿵쿵 울렸고, 버블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으나, 시간은 오히려 천천히 흘렀다.

 

소코로 섬의 반수면 사진


이번 투어 마지막 다이빙은 소코로 섬에서의 세 번째 다이빙이었다. 입수 후 얼마 되지 않아 15m 수심에서 우리를 스쳐지나가는 돌고래 세가족을 만났고, 출수 무렵에는 얕은 수심에서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낸 웅장한 산세를 마음껏 감상했다. 햇살은 시원섭섭하게 수면위로 떨어졌고, 물비늘은 아찔하게 흩어졌다. 해가 진 후 나이트 실키샤크 스노클 프로그램이 있었다. 보트의 불빛을 따라 모여든 플랑크톤이 날치를 부르고, 날치는 다시 실키 샤크들을 부른다. 우리는 밤바다에서 랜턴을 들고 스노클을 하며 조명을 온몸으로 받는 상어들을 만났다. 소코로의 물랑루즈라고 하겠다. 화려한 이별의 물장구였다.

 

카보피어스 포인트 맵

하선 후 카보산루카스 항구에서 만난 바다사자와 펠리컨

 

먼 귀국길, 그보다 더 긴 여운
파도가 높아져서 돌아오는 뱃길은 조금 멀고 험난했다. 24시간 내내 배가 많이 흔들려서 멀미를 하는 멤버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카보산루카스 항구에 도착하니 아침 해가 눈부셨고, 하늘에는 구름도 없었다. 정박한 배들 옆에는 바다사자가 물장구를 치고 펠리컨이 내려앉았다. 귀국길도 50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었으나, 소코로 바다의 여운은 훨씬 더 길고 진했다.
샤크 스노클을 횟수에서 제외하면, 스쿠바다이빙은 총 18회였다. 나이트록스 32% 기체를 썼는데도 NDL은 늘 부족했고, 60분씩 다이빙을 하였음에도 출수가 항상 아쉬웠으며, 온힘을 다해 가이딩을 하였음에도 무언가 놓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남았다. 18회 중 망치상어를 본 다이빙이 16회, 만타가 11회, 돌고래가 3회였다. 단지 귀한 생물을 많이 보았다는 것 외에, 소코로 바다는 태초의 생명력의 끓어오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다이버는 경계심 없이 그저 손님으로만 대접받았다. 방문객이 환영받는 생명력 넘치는 테마파크, 바로 쥬라기 공원인 셈이다.

1993년 처음 개봉하고, 이후 최근까지 후속편들이 계속하여 이어지고 있는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전체 시리즈를 관통하는 명대사는 “Life finds the way”(생명은 답을 찾아낸다)이다. 소코로 지역은 바다 깊은 곳에서부터 용암이 폭발하여 생긴 섬과 바위들로 구성된 제도이다. 용암은 당시 주변을 모두 뒤집어 놓았겠지만, 시간이 지난 후 이곳의 바다는 답을 찾아낸 생명들로 가득 찼다. 생명이 찾아낸 답이 궁금하다면 쥬라기 공원이 저 곳에 있다.

 

하선 후 멤버들의 단체사진

 

 

글/사진 민경호
(온더코너(
www.onthecornerdive.com) 대표
PADI IDC Staff Inst.)

 

 

글쓴날 : [19-03-20 11:21] 스쿠바다이버기자[diver@scuba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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