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이판이 품고 있는 큰 바다 (2019년 9/10월호)

그로토 입구에서 단체사진

 

작은 사이판이 품고 있는 큰 바다
서울에서 직항으로 4시간, 공항에서 시내(가라판)까지 차로 20분. 식당에서 한국 통신사 할인이 되며 사이판 통신요금 상품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곳. 가까운 지상 낙원 사이판이다. 사이판은 아주 작은 섬이다. 제주도의 6% 정도 크기이고, 수원시내나 영덕군과 비슷한 넓이라고 한다. 이렇게 작은 사이판이지만, 품고 있는 바다는 장엄하고 크다. 작은 사이판이 품고 있는 큰 바다, 그곳이 푸르게 빛날 때인 초여름에 온더코너 멤버 20명과 함께 방문했다.

 

마나가하섬 비치에서 단체사진

 

다이빙과 여행, 두 마리 토끼잡기
다이버의 천국
사이판의 바다는 물이 맑고 잔잔하며 연중 수온이 높아 다이버의 천국으로 유명하다. 저희가 방문한 6월은 특히 더 잔잔하고 따듯하며 태풍 발생률이 낮은 시기이다. 무엇보다 5월부터 8월까지는 북동풍이 약해지는 시기라서, 반자이클리프와 스팟라이트 등 사이판 북부의 큰 바다가 열리는 시점이다. 장엄한 북쪽바다를 경험해보기 위하여 1년 전부터 기다려온 여행이었다. 다이빙에 대하여는 아래에 다시 상술하겠다.

 

컨트리하우스에서 저녁을 먹기 전 단체사진


가성비와 편안함의 도모
사이판은 미국이고, 사이판에의 입도는 미국 입국이다. 물가도 높은 편이다. 미국 물가에 고립된 섬의 물가가 더해진 인상이다. 숙박비와 다이빙 비용도 다른 동남아 스팟들에 비하여 당연히 높다. 숙식일체의 다이빙 리조트도 거의 없다. 그러나 사이판에서도 Non-stop 서비스와 가성비 높고 동선이 짧은 최적의 여건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 사이판 다이빙 경력만 10년이 넘는 곽성환 강사(PADI #288872, Nicky)가 운영하는 Deepblue 다이브이다(
www.saipandiving.co.kr). 다이브센터와 다양한 형태(더블룸, 트윈룸, 도미토리)의 가성비 높은 숙소가 하나의 건물에 있어서, 21명의 온더코너 멤버들이 시내 한복판에서 투어를 편히 진행할 수 있었다.


가라판과 마나가하섬에서의 여행
사이판에서의 일정은 나이트다이빙(그로토, 라우라우)을 하지 않는다면, 보통 숙소에 오후 5시 이전에 도착한다. 매일 넉넉히 확보되는 저녁시간에 가라판 시내에 나가서 다양한 외식을 하는 재미도 상당했다. 컨트리하우스, 한식당 예원 등을 방문하여 여행지에서의 즐거운 만찬을 가졌다. 특히 예원에서는 큰 룸을 사전에 예약하여 만찬을 즐기고, 뮤지컬 배우 경력이 있는 윤여준 강사님의 짧은 공연을 감상하는 시간도 있었다. 일정 후반부의 비행금지시간에는 사이판의 진주라고 불리는 마나가하섬(보트 15분 거리)에 가서 해수욕과 패러글라이딩을 즐겼다. 다이빙 외적인 여행을 하는 기분도 만끽할 수 있었다.

 

한식당 예원에서 즉석 공연중인 윤여준 강사

 

초여름의 사이판, 아득한 딥블루의 물색
태평양의 단면, 반자이클리프
사이판 정북쪽에 위치한 반자이클리프는 사이판 다이브 스팟 중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포인트이다. 수중에 거대한 산맥이 솟아있고, 봉우리의 수심은 18m 정도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들 좌우로 바닥이 깊게 꺼지고, 봉우리에 묶인 라인을 따라서 하강하였다가 동쪽에서 북쪽으로, 다시 서쪽으로 크게 돌아서 상승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하강하자마자 부유물 하나 없는 깨끗한 시야 속에 짙은 푸른색의 산맥을 마주하였을 때, 압도되는 장엄함이 압권이었다. 능선은 북쪽에서 수심 깊이 아래로 미끄러지는데, 35m 수심에서는 강한 하강조류와 함께 잭피쉬 스쿨링을 만나기도 하였다. 신나게 핀을 차다가 출수지점으로 돌아왔을 때, 핀 너머 아래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사이판 투어에서 가장 빛나던 풍경이었다.

 

반자이클리프 북쪽에서 바라본 전경

반자이클리프 하강조류를 버티는 다이버들

 

사이판 북쪽의 진주, 스팟라이트
사이판 북동쪽에 위치한 스팟라이트는 사이판 북쪽 바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마치 특수효과(CG)를 사용한 것 같은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사진들로 인하여 다이버들이 무척이나 선망하는 곳이다. 다만 파도가 강할 때가 많아서, 접근하기가 어렵고 초여름에 태풍이 없을 때에만 갈 수 있다. 저희 투어 때에도, 북쪽에 파도가 높아 잔잔해질 때까지 이틀을 기다렸다. 스팟라이트 동굴에 마침내 입장하였을 때, 높은 천장에서부터 바닥으로 꽂히는 한줄기 빛은 성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가운데 서서 빛을 맞는 각자가 오롯이 생의 주인공이었다.

 

스팟라이트에서 정유진 마스터

라우라우 비치의 거북이와 최지혜 다이버

 


티니안과 그로토, 그리고 라우라우
초여름의 사이판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오랜 기다림 끝에 비로소 열린 북쪽 바다이지만, 사이판의 전통적인 포인트들도 이온음료 속에 바위와 산호를 늘어놓은 듯 아름답고 편안했다. 티니안의 바다는 아찔하게 깊이 떨어지는 절벽을 맑고 푸른 물이 큰 품으로 감싸고 있었고, 그 안으로 다양한 동굴들이 복잡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로토는 밤에 1번, 낮에 2번 들어갔다. 계단을 숨차게 오르내리다 깨끗한 동굴로 깊숙이 내려가면, 넓은 바다로 나가는 큰 문들이 보이고, 바깥의 바다에는 괴수가 박제한 듯 거대한 바위들이 놓여 있었다. 라우라우비치는 친한 멤버들끼리 다함께 소풍나가듯 산호밭 사이사이를 산책하는 재미가 있었고, 인리프의 거대한 난파선은 세월의 흔적과 역사의 상흔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B-52 엔진잔해와 전새하 다이버

늦은 오후 그로토의 햇살과 유혜주 마스터

 

그로토 오후의 햇살과 이길아 다이버

그로토 오른쪽 출구로 나가는 우민제 다이버

그로토 입구의 풍경

 

짧은 여행, 하지만 길고 진한 여운
사이판에서의 여행은 현충일 연휴를 하루의 휴가만으로 활용하여 다녀온 것이기에, 비교적 짧았다. 하지만 10회의 다이빙이 하나하나 다채로웠고, 마지막 날은 마나가하섬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오롯이 휴양을 하였다. 여행은 도처에서 수많은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다이버의 천국에서 짧은 시간에 집약적인 일정을 소화하였더니, 응집된 감동이 자국을 진하고 길게 남겼다. 한편, 사이판은 아픈 역사의 상흔이 여전히 깊이 남은 곳이다. 그 역사에는 우리 선조의 아픔도 많다.

하지만 그곳의 바다는 무심하리만큼 아름답고, 또 안락하다. 사이판의 난파선은 이 순간에도조금씩 바다에 씻겨나가고 있다. 무심하게 품어주고 상흔도 조금씩 바라게 하는 큰 바다가 한없이 그 모습이길 기원한다.

 

난파선 상부를 유영하는 김수철 다이버

반자이클리프 40m 수심의 잭피쉬 스쿨링

괴수형상의 그로토 외해의 바위와 전준희 다이버

 

 

 

글/사진 민경호(온더코너(www.onthecornerdive.com) 대표강사
           PADI IDC Staff Inst.)

 

 

 

글쓴날 : [19-09-15 16:33] 스쿠바다이버기자[diver@scuba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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