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중심에서 울릉도를 외치다 (2019년 11/12월호)

온더코너 멤버 22인의 단체사진

 

바다의 허락을 애타게 구하는 그곳, 울릉
드넓고 깊은 동해의 한복판, 신비의 섬 울릉도가 절경을 갖추고 있는 환상의 여행지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울릉도는 그만큼 귀한 곳이다. 먼 바다라서 파고가 높을 때가 많기에, 들어가는 날뿐만 아니라 나오는 날의 기상도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갈 수 있다. 게다가 울릉도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너울이 조금만 올라오면 진행하지 못하는 포인트도 많다. 파고와 너울이 받쳐준다 하여도, 해가 드는 정도나 부유물, 조류 등의 변수까지 고려하면 울릉도 수중의 비경은 정말 귀하다. 하지만 그런 희소성만큼이나 울릉도가 품고 있는 절경은 대단하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고, 망망대해의 외딴 섬이자 화산폭발로 솟은 섬이기에 특유의 지형과 잘 보존된 생태계가 반겨준다. 매년 여름, 가을이면 울릉도에 대한 바다의 허락을 애타게 구하며 다가오는 주말의 기상을 마음 졸이는 다이버들이 전국에 가득하다.
나는 여름, 가을에 기회가 닿는 대로 국내 다이빙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2019년에는 8월말과 9월말 2번의 울릉도 방문을 계획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2번 다 아주 잔잔하고 맑은 울릉을 마주할 수 있었다. 2번의 주말을 울릉도 현포다이브(울릉군 북면 울릉순환로 2625, 010-5466-3370)에서 온더코너(www.onthecornerdive.com) 멤버들과 만끽하였다.

 

현포다이브 보트를 타고

삼선암 주변의 호수같은 바다

죽도에서의 다이빙을 마치고

 

 

세계 최고의 지형다이빙, 울릉도에 있다
나는 지난 10년간, 국내외 여러 곳에서 다이빙을 하였다. 세상의 다양함만큼이나, 다이브 스팟도 다양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울릉도의 지형다이빙 만큼 경이로운 풍경을 보지는 못하였다. 크기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바위들, 웅장한 직벽,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고유의 분위기. 특히 새벽에 입수하였던 관음쌍굴의 경이로운 풍경은 아직도 그 잔상이 남아 있다.
관음쌍굴은 울릉도 북동쪽에 위치한 관음도의 동쪽 벽에 있다.

두 개의 굴이 벽 깊이 파여져 있고, 물위에서도 굴의 모습이 보인다. 동쪽을 바라보고 있기에, 이른 아침 해가 뜰 무렵 입수하면 굴 안쪽까지 새벽 햇살이 스민다. 쌍굴의 초입, 굴 안쪽 모두 아주 큰 바위들이 산재하여 있다. 마치 거인의 세상에 갑자기 떨어진 인상을 눈다. 발아래로는 대황 숲이 펼쳐지고, 그 위로 자리돔 떼가 휘날리며, 멀리서 자리돔을 사냥하러 참돔 떼가 다가온다. 새벽 햇살이 등을 밀어주어 굴 안쪽으로 진입하면, 어느새 어둠에 눈이 밝아지고 동굴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몸을 휘감는다. 뒤를 돌아보면 동해의 일출이 수면에서 부서지며 알 수 없는 힘을 불어넣는다. 동굴 내부에서 상승하자 성당을 연상시키는 에어포켓이 경이롭게 펼쳐지고, 밖으로 나와 올려다보면 거대한 직벽에 아침햇살이 반사된다.
관음쌍굴 외에도 지형이 대단한 포인트가 많다. 공암(코끼리바위), 대풍감, 죽도 동쪽에서는 장엄한 월다이빙을 할 수 있다. 수직으로 아찔하게 떨어지며 병풍처럼 광활하게 펼쳐지는 벽을 따라 유영하게 되었다. 나는 일체의 여지없이 아찔하게 밑으로 떨어지는 그 벽이 참 좋았다. 전혀 다른 세상을 방문하고 있다는 체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벽 위로 대황이 울창하거나, 자리돔 떼가 휘날리거나, 종종 방어 떼가 물결치며 지나가거나 하는 이벤트는 덤이 된다.

 

관음쌍굴의 전경

관음쌍굴 입구에서 자리돔 스쿨링과 다이버

쌍정초 등대의 전경

관음쌍굴의 일출

관음쌍굴의 에어포켓

 

 

짜릿한 조류 다이빙과 쏟아지는 물고기들
망망대해에 우뚝 솟은 울릉도는 당연히도 조류가 강한 포인트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울릉도 북동쪽 외해의 쌍정초와 북쪽의 공암(코끼리바위)이다. 조류가 있는 곳은 자연스레 물고기들이 모이고, 특히 큰 물고기들을 볼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 물고기가 많은 것을 반기지 않을 다이버가 있을까? 물론 나도 조류가 부딪히는 곳에 물고기들이 가득 흩날리는 풍경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나에게 울릉도에서 바로 연상되는 물고기들은 자리돔, 방어, 참치, 혹돔, 참돔이다. 자리돔은 울릉도 어디에나 가득 휘날리고, 조류가 부딪히는 곳에는 방어 떼가 화려하게 등장한다. 큰 혹돔 1마리와 참돔 떼는 관음도에서 보았으나, 아쉽게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다시 가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 시즌에 특히 저를 흥분시켰던 피사체는 쌍정초의 참치 떼와 죽도의 거북이였다. 쌍정초는 동해에 우뚝 솟은 울릉도의 모습처럼, 울릉도 북동쪽 외해의 수중에 축소된 울릉도의 모습 그대로 잠겨있는 암초이다. 그 위로 쌍정초의 상징인 등대가 서있다. 한국의 다이브 스팟 중 손에 꼽히게 조류가 강한 이곳은 방어 떼와 참치 떼를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쌍정초는 조류에 유의하며 둥글게 둘러보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는데, 북쪽 코너를 돌 무렵 눈앞에서 참치 떼가 한참을 지나갔다. 그때의 벅참을 잊을 수가 없다. 죽도 서쪽 얕은 수심에 입수하고 5분 정도 지났을 때에는 눈앞에서 거북이가 지나갔는데, 동해의 한복판에서 거북이를 보았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했다. 정말 신비의 섬이다.

 

죽도에서 만난 바다거북

관음쌍굴 왼쪽굴의 새벽 물빛

 

 

특유의 고립감과 낭만, 그 섬에 가고 싶다
울릉도 북쪽 현포항의 저녁은 고립감과 낭만이 가득하다. 공암과 송곳바위는 노을에 주황빛으로 물들고, 서쪽하늘은 눈이 부시다가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식당 2개, 카페 1개, 그리고 몇 개의 민박시설이 전부인 이곳은 저녁이되면 고립감이 짙어지고, 일행들과의 거리감은 불시에 사라진다. 정보화, 다양화의 속도감을 하루하루 바쁘게 체감하며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울릉도의 고립감은 이질적이고 중독적이다. 깊어 가는 밤은 여행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밖에 없고, 다음 날에 대한 기대를 한껏 안고 잠에 든다.
나는 이른 아침 다이빙 보트를 타고 먼 포인트(죽도, 쌍정초, 관음도 등)를 오가며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울릉도의 풍경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나 좋다. 곧 입수할 설렘과 긴장을 절반씩 품은 체 수면에서 멀리 바라보는 그 풍경을 보는 뭉클함은 다이버만이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감동의 희소성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가질 수 없는 빛나는 그 무언가를 여행지에서 찾기를 기대한다. 여행을 왔다는 체감, 비일상의 만끽을 원한다면 울릉도가 아주 적합한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그 섬에 가고 싶다.

 

쌍정초에서 만난 참치 떼

죽도 남동쪽 얕은 수심의 가을

 

 

글/사진 민경호 (온더코너(www.onthecornerdive.com) 대표,
                         PADI IDC Staff Inst.)

 

 

글쓴날 : [19-11-17 13:48] 스쿠바다이버기자[diver@scuba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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