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와 강사의 위험관리(2019년 11/12월호)

 

제6부 음주와 프리다이빙 사망(필리핀)

아시아에서 가장 깊은 수심을 자랑하는 K26이라는 잠수풀은 프리다이버들에게 최고의 연습장소가 되고 있다. 주중이나 주말할 것 없이 수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저마다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다이빙을 배우는데 높기만 하던 진입장벽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양한 여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듯하여 뿌듯하다. 열정적이고 유능한 프리다이버들은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꾸준한 연습을 통해 대회에 참가하여 저마다의 기록을 갱신하는 스포츠 활동을 즐기고 있다. 2012년 당시 프리다이빙 열풍이 불기 전에 건강하고 멋진 후배강사가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프리다이빙을 시도하다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프리다이버들을 보면 생각이 나고 가슴이 아프다. 본 칼럼를 참고하여 개인의 재능만으로 프리다이빙에 도전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프리다이빙 준비를 하기 바란다.

 

 

사고요약
2012년 4월 보홀에서 A강사는 회원들과 3일간의 스쿠버다이빙 트립을 마치고, 다음날 오후 비행기를 타야 했다. 수면휴식 시간동안 다른 일행들은 육상 관광에 나섰고, A강사는 프리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다른팀이 스쿠버다이빙을 나가는 보트에 양해를 구하고 탑승하였다. 스쿠버다이버들이 모두 입수하고 난 뒤 A강사는 손목에 액션캠을 장착하고 프리다이빙 연습을 시작했다. 10미터 정도를 한두 번 오갔으며, 이후 깊은 수심도 한번 다녀왔다. 그리고 마지막은 약 20미터 구간을 시도하였고 잠시 주춤 하더니 멈추지 않고 조금 더 깊은 수심으로 잠수하였다. 다이브컴퓨터는 27m를 보여주었고 그는 수면으로 빠르게 상승을 시작했다.
길고 긴 상승 시간이 끝나고 수면에 도착하였으나, 그는 수면에서 버티지 못한 채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전 다녀왔던 20여m의 수심권에서 움직임이 없는 동영상은 배터리가 끝날 때까지 한참동안 녹화되었다. 이후 배 위로 올라온 스쿠버다이빙 그룹들은 보이지 않는 A강사를 찾기 시작했고, 바닥에서 의식을 잃은 그를 데리고 수면에 올라왔을 땐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으며 술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사고분석
배에 있던 다이버들의 증언과, 선장, 다이브리조트 관계자 그리고 녹화된 동영상으로부터 확인된 내용이다.
① A강사는 400회 정도의 스쿠버다이빙 로그와 강사 경력 3년을 가지고 있었다.
② 프리다이빙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았다.
③ 이전에도 본인의 25m 프리다이빙 잠수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④ 사고 전 3일간 8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하였다.
⑤ 일행들과 새벽까지 과도한 음주를 하였다.
⑥ 육상 관광 인솔이 계획되어 있었고, 프리다이빙은 즉흥적으로 변경된 일정이었다.
⑦ 프리다이빙 중 버디가 없었다.
⑧ 보트 옆에서 연습하였으나 부력이 될 만한 장치가 준비되지 않았다.
⑨ 프리다이빙 전용 장비(롱 핀, 적절한 슈트) 없이 맨몸에 추진력이 적은 스쿠버용 핀을 사용하였다.
⑩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질의 몸매를 가꾸고, 탄산음료조차 안마시던 그가 밤새 술을 마셨던 것이 쉽게 이해가지 않았으나 일행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프리다이빙에서 만나는 위험요소
프리다이빙은 스포츠이다. 수영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들도 전문 강사들의 지도로 하루만에 10미터 수심권을 경험하고 자신감에 넘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스쿠버다이빙과는 여러 가지로 정반대의 개념을 가진다. 스쿠버다이빙에 익숙하고 경험이 많은 다이버들이 프리다이빙을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면서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음은 교육없이 시도하는 경우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전문적인 내용은 프리다이빙 강사를 찾아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 대기중 위험요소
① 수면에서 대기하거나, 상승 후 의지할 수 있는 충분한 부력이 있는 부이가 있어야 한다. 오랜 시간동안 머물게 된다면 음료(물)가 필요하니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② 부근에 보트가 지나다니지 않는 적합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③ 조류로 인해 하강에 방해를 받는 곳은 피한다.
④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버디가 있어야 한다.
⑤ 장시간의 교육과 대기가 필요하니 체온손실을 피할 적절한 슈트가 필요하다.
⑥ 수면에 반사되는 햇빛/자외선를 차단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스쿠버다이빙은 UV코팅이 된 마스크를 사용하지만, 프리다이빙은 버디의 눈을 보아야 하기에 코팅된 마스크 사용을 하지 않는 편이니 수면에서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수면에서 필요한 충분한 부력도구

표류되지 않도록 고정해야 할 도구

 

초과호흡의 위험 - LMC(저산소증)과 BO(블랙아웃)
오랫동안 수중에 머물기 위해 수면에서 과도한 호흡(초과호흡)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 밖에서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고, 과도한 식사나 흡연을 피한다.
또 수면에서 충분히 폐 스트레칭을 하고 본인의 무호흡 한계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초과호흡시 수중 체류시간이 길어지지만 상승 중 얕은 물에서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부분압이 높아지며 기절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수치적으로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산소부분압이 0.16 이하가 되면 저산소증이 될 수 있고, 0.1 이하인 경우 블랙아웃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수중에서 우리 몸에 측정장치를 가지고 잠수할 수 없고, 수중에서의 패닉(상승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차가운 수온, 시야 등)이나 불안정한 핀 킥, 팔은 이용해 수영하는 암스트록(Arm Stroke)으로 인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이 수치보다는 연습과 경험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자신의 한계수심을 조금씩 천천히 늘려나가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그날의 훈련이나 프리다이빙은 얕게, 혹은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막파열과 마스크 압착상해
경험하지 못했던 갑작스런 압력변화를 해결하지 못해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고막파열 : 말 그대로 고막이 찢어지게 되며 어지러움과 찌릿한 통증, 그리고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부상의 정도에 따라 재생, 수술로 복원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다시는 다이빙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충혈 : 시야 확보와 눈의 압착을 피하기 위해 코가 있는 마스크를 사용하게 되는데, 부피가 큰 일반 스쿠버용 마스크를 사용하면서 공기공간의 압착을 해결해야 할 공기가 많이 필요하다. 너무 빠른 하강이나 감기(콧물, 비염)로 인해 압착을 해결할 기회를 잃으면, 눈동자나 눈 주변의 모세혈관의 파열로 멍이 들기도 한다.

 

K26의 잠수풀

K26의 잠수풀


장비의 고장
복잡한 장비는 아니지만 해외 트립을 위해 항공기 수화물로 보내진 경우 무게와 충격 등으로 인한 변형과 파손이 있을 수 있으니 다이빙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마스크 프레임과 렌즈의 이탈은 수면에서 수리하기 쉽지 않고, 그룹 모두가 불편을 겪을 수 있으니 사전에 점검하고, 여분의 장비를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콜, 폭우 등 기후에 대한 문제
보통 열대바다의 경우 시즌에 따라 갑작스런 스콜이나 폭우를 만나게 된다. 가벼운 문제로는 강한 바람과 비로 인해 체온 손실과 멀미, 시야가 흐려져 다이빙이 중단된다. 프리다이버들은 체류시간이 긴 경우가 많아 보트다이빙 보다는 해변에서 가까운 곳으로 수영해 가는 경우가 많다. 기상악화가 시작되면 가급적 즉시 중단하고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번개를 만나는 일은 아주 위험하고, 제주 서귀포 주변의 섬으로 상륙해 다이빙 하는 경우는 비/바람/번개를 피할 곳이 없고 배가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으니 사전에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제주 섬 다이빙


해양생물로 인한 상해
하강라인을 참고로 움직이다보니 시야에 제약이 있다. 때문에 원치 않게 해파리에 쏘이기도 하고, 조류에 떠내려 온 히드라(바다고사리)로 인해 따갑고 가려운 고통을 겪을 수 있다. 반드시 적절한 슈트를 착용하고, 한국(제주와 같은 섬 다이빙)의 경우 입출수시 따개비에 다치지 않도록 장갑 착용을 권장한다.

 

에어포켓, 동굴과 같은 오버헤드 환경
K26의 경우 10m 지점에 약 8명 정도 진입 가능한 에어포켓(공기공간)이 있다. 수면에서 가지고 간 호흡으로 이곳에 진입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지난 해 이 공기공간에서 추가로 호흡을 하고 수면으로 상승하며 상해를 입은 프리다이버가 있었다. 폐과팽창상해는 기흉, 공기색전증의 위험이 있어 수술 혹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니 정확한 정보와 레스큐 팀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진입은 절대 금지다.

 

 

프리다이빙 트립 준비방법
① 출발 전 장비를 점검하고, 여분의 장비를 확보한다.
② 다이빙 보험에 가입하고, 필요한 응급 의약품을 준비하며, 주변 병원의 위치를 알아둔다.
③ 본인이 떠나는 여행에 대해 지인에게 정확히 알려둔다.
④ 비행시간 후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식사를 유지한다.
⑤ 팀/버디와의 다이빙/레스큐 계획을 상의한다.
⑥ 갈증에 대비한 음료, 여분의 웨이트 등 장비를 재확인한다.
⑦ 하와이나 괌, 사이판과 같이 차량으로 이동 후 해변에서 즐기는 경우 차량을 도난당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차 열쇠는 방수가 되도록 하여 부이에 보관한다.
⑧ 입수 전 스트레칭으로 긴장을 풀도록 한다.
⑨ 상승 후 충분한 회복 호흡을 하고, 짝은 회복 호흡이 끝난 뒤 하강한다.
⑩ 다이빙 후 충분한 휴식을 갖는다. 음주와 흡연은 피하도록 한다.
⑪ 일정 중 힘들거나, 귀의 부상, 가슴의 통증 등을 경험하면 반드시 그룹의 리더에게 이야기 하고 중단한다.
⑫ 팀을 배려하고 언제든 짝을 위해 다이빙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⑬ 언제든 레스큐를 할 수 있도록 규칙적으로 연습하고, 교육을 계속한다.

 

 

프리다이빙 트립 서비스 제공자의 임무
① 코스 일정에 대해 프리다이빙 팀원과 조율한다.
② 다이브사이트(기후, 수온, 해양생물)에 대한 충분한 브리핑
③ 응급약품, 응급산소, 병원에 이송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④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프리다이빙 서비스 이용자의 책임
① 트립에 대한 정보를 가족에게 반드시 알리고 참가한다.
② 현지 전문가 혹은 리더의 브리핑에 귀를 기울인다.
③ 입/출수 기록에 본인이 기록하고 그룹리더에게 알린다.
④ 스스로의 다이빙에 책임질 수 있도록 연습해 둔다. 준비운동은 필수.
⑤ 다이빙 보험을 들고, 개인에게 필요한 의약품과 음식은 별도로 준비한다.
⑥ 심폐소생/레스큐 훈련을 받아두어, 낯선 환경에서 생기는 사고에 대처할 준비를 한다.
⑦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보거나 의심스러운 경우 그룹 리더에게 알린다.

 

나는 8년이나 지난 지금도 벚꽃이 날리면 26살의 젊고 유망한 후배 강사가 유난히도 보고 싶다. 사고당일 리조트에서 연락을 받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의 가족에게 연락했을 때 부모님은 보이스피싱이라며 믿지 않으셨다. 다음날 가족 네 분을 모시고 보홀에 안치된 그의 모습을 보는데 믿어지지가 않았다. 물에서 나온 그는 이미 하루 만에 방부처리가 되어 하얗게 분칠을 하고, 머리단장을 마친 후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여 혼돈스러웠다. 유난히 멋진 그의 눈썹과 목 아래 어릴적 갖고 있던 흉터가 A강사임을 증명하였다.
부모님은 그가 유명을 달리한 바다로 가셔서 목격자와 리조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셨지만, 아들의 사고가 믿어지지 않으셨는지 단시간 경찰수사 후 가해자 없이 장례를 치러야 하는 것에 억울함을 표하셨다. 프리다이빙이란 것을 부모님께 납득시켜 드리기가 너무 어려웠다. 리조트에도 피해를 드렸고 이를 목격한 다이버들이 충격을 받았기에 죄송한 마음이 한 가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조트 대표님의 배려로 빠른 대처(수습/장례)를 할 수 있었다. 아들을 잃은 부모님께 무엇으로 위로가 될까 싶지만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사고가 나면 항상 그렇다. 그게 말이 되나? 왜 그랬을까?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기회는 꼭 있다. 근래 팀이 아닌 혼자 여행하는 다이버들이 많다. 자유롭고 조용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아주 매력적인 휴가패턴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휴가도 망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개인의 재능만으로 프리다이빙에 도전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반드시 전문 프리다이빙 강사를 찾아 배우고 수련하도록 하자.

 

 

글/사진 김수열(노마다이브 대표)
모델 임정택 트레이너(머맨), 이태영 강사(노마다이브)

 

 

 

글쓴날 : [19-11-15 17:26] 스쿠바다이버기자[diver@scuba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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