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베해협 다이빙 (2020년 5/6월호)

하나 뿐인 현상들의 기적 같은 교차점

 

 

마크로의 성지 렘베해협으로 떠나다
2009년 7월에 오픈워터 교육을 받았다. 당시 양양 바다에서 일주일간 합숙 교육을 받으며, 처음에는 큰 물고기를 좋아하지만 로그가 쌓일수록 작고 귀한 것에 호감이 간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하나의 말일 뿐이지, 명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011년부터는 ‘렘베해협’이라는 곳이 마크로 피사체가 아주 많고, 다이빙하기 좋은 곳이라는 얘기를 많이 접했다. 하지만 마크로 다이빙의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막연히 유명한 곳이라는 정도로만 인지할 따름이었다. 2020년 1월 말, 드디어 저에게도 렘베해협에서 마크로 다이빙을 하게 될 기회가 찾아왔고, 티니버디 멤버들과 함께 요스다이브리조트(yosdivelembeh.com/대표 :Yos Amerta)에 방문하였다. 마크로 다이빙에서도 상당한 권위를 보유하고 있는 파인드블루(
www.findblue.co.kr/대표 : 김환희Hani Kim)가 전속 예약대행 계약을 맺고 있는 곳이자 렘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스다이브리조트를 20명의 인원으로 풀차터 인솔해주어, 아주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다.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마나도 공항까지의 여정, 그리고 마나도 공항에서 요스다이브리조트까지의 차량이동이 짧은 여정은 아니었지만, 피로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제티에서 바라 본 요스다이브 전경

렘베섬 마을을 산책하는 일행들

요스다이브 대표 가이드인 장드리의 마크로 세미나

 

마크로 다이빙, 그리고 리조트에 대한 단상
촬영행위
나는 마크로 다이빙이 처음이다. 마크로 렌즈(Sony 90mm F2.8Macro)는 렘베의 수중에서 처음 사용하여 보았고, 수중 조명은 일행들 것을 매번 빌려서 썼다. 첫 마크로 다이빙을 경험한 저에게, 마크로 다이빙이란 비단 작은 생물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마크로 장비를 활용하여 피사체를 접사로 촬영하는 행위 자체에 중점이 있다고 다가왔다. 그리고 마크로 다이빙은 피사체의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활한 바다를 기준으로 손톱만한 고비와 자동차만한 만타의 크기 차이가 유의미할까. 마크로 다이빙은 해당 피사체에 오롯이 집중하고, 나의 호흡마저도 피사체에 최대한 맞추며, 할 수 있는 모든 집중력을 그 순간에 쏟아 붓는 촬영행위가 핵심인 것 같다.


기적 같은 교차점
마크로 다이빙은 촬영행위 자체의 기술적인 즐거움도 물론 있지만, 특히 해당 피사체와 조우하는 기쁨이 무척 컸다. 촬영행위의 집중과 피사체에 대한 애착, 그리고 광활한 바다에서 한정된 시간 속에 기적같은 서로의 만남. 모든 존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현상일 터인데, 마크로 다이빙에서의 밀도 높은 만남들은 각 현상들의 한 번 뿐인 교차점인 것 같아, 낭만과 전율에 벅차서 출수할 때가 많았다. 특히 제비활치(Batfish) 유어를 만났을 때가 짙은 추억으로 남는다. 출수하며 환호했고, 귀항하는 즉시 사진파일을 열어보았던 기억이 있다.

 

스콜피온 피쉬의 눈망울

바위 사이에 있던 벳피쉬 치어

리본일과 찍은 셀카

 

Yos Dive Lembeh
마나도 공항에서 차로 80분 거리에 있는 요스다이브리조트는 숙식 일체의 리조트이다. 독일에서 건축을 전공한 Yos Amerta 대표가 친환경 구조로 수중촬영가들을 위해 직접 설계한 곳이다. 마나도 섬의 동쪽해안에 위치하며, 렘베해협을 사이에 두고 렘베 섬과 마주하고 있다. 렘베에 대한 얘기 못지않게 요스다이브리조트에 대한 호평을 자주 들었다. 2:1 가이드 비율, 쾌적하면서도 마크로 다이빙에 최적화된 보트, 수중촬영가를 고려한 동선과 가구배치, 탁월한 식사, 쾌적한 객실 등 다이버의 요구에 최대한 맞추어 시설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가이드들이 렘베해협에 대한 이해도가 놀랄 만큼 높고, 마크로 촬영행위 자체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서 배울 점도 많았다. 이번 투어에서는 요스다이브리조트의 간판 가이드인 장드리(Jandri)가 올림푸스 TG 카메라를 활용하여 마크로 촬영을 하는 것에 대한 세미나도 진행해 주었다.

 

미잘 위에서 먹이활동 중인 크랩

경계 중인 폼폼크랩

몸을 숨기고 있는 스타게이져

말미잘 위에서 쉬고 있는 고비

 

인상 깊었던, 그리고 반짝이던 순간들
Nudi Fall 포인트의 다채로움
요스다이브리조트에서 보트를 타고 남쪽으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작은 해안절벽이 나온다. 절벽 바로 아래 부이에 보트를 묶고 입수하는 곳으로, Nudi Fall 이라는 포인트이다. 수중에서도 남쪽을 향해 수심이 깊어지는 곳이라, 주간에는 늘 밝고 화창한 곳이다. 포인트 이름처럼 누디브랑크가 매우 많았다. 이곳은 핀을 2~3번 찰 때마다 진귀한 마크로 피사체들을 계속하여 만날 수 있었다. 프로그피쉬, 플램보얀 커틀피쉬, 온갖 새우와 고비 그리고 벳피쉬 치어까지. 80분을 훌쩍 넘는 다이브타임 내내 무척이나 바쁘고 신이 나던 곳이다. 약간의 조류가 있는 곳이라 더욱 다채로운 다이빙을 한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였다.

 

폼폼크랩을 찾아 떠난 California Dreaming
응원도구를 좌우로 귀엽게 흔들면서도 눈빛은 조금 화가 나있는 것 같은 폼폼크랩. 이번 투어에서 많은 일행들이 폼폼크랩과의 조우를 희망하였고, 렘베에는 폼폼크랩을 매우 높은 확률로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리조트에서 북동쪽, 보트로 30분 거리에 외해와 맞닿은 California Dreaming이라는 곳이다. 입수 전부터 아주 설레었다. 렘베해협 내의 여타 마크로 사이트와 판이하게 다른 짙푸른 수면이 넘실거리고, 탁 트인 수평선이 보였다. 입수와 동시에 깨끗한 물이 환하게 펼쳐졌고, 푸질리어가 쏟아졌다. 코모도의 수중풍경과 유사하다. 20분 정도 지나서 만났던 폼폼크랩은 예상보다 훨씬 크기가 작고 예민했다. 폼폼크랩을 조우한 반가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짙푸르고 풍성한 바다의 한 단면이 된 감동이 컸다. 그래서 캘리포니아를 꿈꾸는 곳인가 보다.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코코넛 옥토퍼스

조류에 머리칼을 휘날리고 있는 헤어리 프로그 피쉬

푹 잠든 레드스내퍼

해초 끝에 매달린 노란색 누디브랑크

 

헤리 프로그피쉬의 천국, Hairball
마지막 다이빙은 리조트에서 북쪽으로 보트 5분 거리에 있는 Hairball 포인트였다. 해변에서 입수하여 검은 화산재 슬로프가 곱게 깊어지는 전형적인 렘베해협의 풍경이었다. 충격적일 만큼 헤리 프로그피쉬가 많았다. 고운 검은 모래 위로 듬성듬성 헤리 프로그 피쉬가 엉금엉금 걷고 있었다. 나는 헤리 프로그피쉬를 이 때 처음 보았는데, 다이버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모래밭 위를 천천히 걸어가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신비로웠다. 엎드려서 조금씩 따라가며 한참을 찍었다. 데빌피쉬, 해마, 헤어리쉬림프 등 진귀한 피사체도 계속하여 만날 수 있었고,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 다이빙을 90분을 넘기고 출수했다.


충만한 식도락 여행
이번 렘베해협 여행은 그 어느 다이빙투어 보다도 식도락이 대단했다. 마나도 공항에서 요스다이브리조트로 가는 길에 유명 다이브 가이드인 스탠리가 운영하는 국수집에서 식사를 하였고, 요스다이브리조트에서는 전 일정 내내 망고스틴이 무제한으로 제공되었다. 다이빙 중간에는 렘베섬에 상륙하여 또 다른 유명 가이드인 핸드리가 운영하는 식당(다뿌르마미)에서 근사한 점심식사를 하고, 렘베섬의 마을을 돌아보며 산책하는 시간도 가졌다. 돌아오는 길에는 싱가폴 공항 인근 대규모 쇼핑몰인 ‘쥬얼 창이’에 가서 거대한 인공폭포를 구경하고 유명 맛집인 ‘점보크랩’에서 멋진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도락은 여행의 만족도를 한껏 끌어올려 주고, 일행들과의 친밀감도 단단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말미잘 촉수 위에서 춤추던 새우

큼직했던 만티스 쉬림프

하품 중인 프로그 피쉬

알을 베고 있는 헤어리 쉬림프

 

렘베에 이르는 또 다른 길을 꿈꾸며
마크로 다이빙은 하나 뿐인 현상들의 기적 같은 교차점을 천천히 만끽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교차점들이 기적일지언정 우연이라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무엇인가 간절히 원한 것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자신의 소망과 필요가 그곳으로 인도한 것일 터이다. 적어도, 뱃피쉬 유어를 만났던 그 순간만큼은 저에게 그러했다. 다이빙을 시작한지 11년 만에 드디어 마크로 다이빙을 경험했다. 새로운 영역에의 도전을 나는 그토록 망설였나 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하는데, 알을 깨고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이번 투어 일행들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이다. 다시금 렘베해협에 이르는 또 다른 여정을 꿈꾸어 본다.

 

 

글, 사진 민경호
온더코너(
www.onthecornerdive.com) 대표강사
PADI Master Instructor

 

 

 

글쓴날 : [20-05-18 14:17] 스쿠바다이버기자[diver@scuba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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