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몸이 가늘고 미끈거려서 손에 잡기가 쉽지 않고, 추어탕의 재료로 이용되는 미꾸라지와 미꾸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꾸라지와 미꾸리, 두 종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 또한 많지 않고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같은 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서로 다른 종이며, 분류학적으로 미꾸리과에 포함된다.


미꾸라지는 미꾸리에 비해 몸의 후반부가 약간 좌우로 납작한 편이고, 특히 꼬리지느러미 기점 상부에 검은 점이 불분명한 점으로 미꾸리와 구분된다. 미꾸리는 꼬리지느러미 기점 상부에 검은 점이 1개 있다. 또 최근에는 중국산 미꾸라지도 많이 수입되고 있는데, 중국산은 우리나라 미꾸라지에 비해 더 크고 검은 빛을 많이 띤다.

 

미꾸라지


그런데 이러한 미꾸라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들은 웃어넘길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안 후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10여 년 전 울릉도에 채집을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울릉도라면 물론 바닷물고기를 채집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 때 목적은 육지에서 이식한 미꾸라지를 비롯한 몇 종의 민물고기들이 하천에 적응하여 서식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짧은 수계이지만 성인봉 줄기로부터 흘러내리는 태하천과 남양천에 미꾸라지가 살고 있다는 주민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주민이 하는 말이 “미꾸라지가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농담으로 여기고 그냥 웃어넘겼는데, 그 사람의 표정을 통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아차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하천은 산 아래 수십m 아래쪽에 있는데, 물줄기와는 멀리 떨어진 길바닥 위에서 미꾸라지가 자주 발견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알아듣게 설명했지만, 내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최근에 또 다시 같은 내용의 전화가 걸려 왔다. 물고기에 관심이 있다는 중년 남자의 전화였는데, 미꾸라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이었다. 이 분은 나의 설명을 듣고 바로 수긍을 하였다. 극히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혹시 이러한 궁금증을 가진 독자들이 또 있을지 몰라서 집고 넘어가고자 한다.


사람을 포함한 육상의 포유동물은 대개 공기를 들이마셔 허파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난다. 즉 폐호흡을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물고기는 물속에 녹아 있는 용존산소를 아가미를 통해 받아들이는 아가미에 의한 호흡을 한다.


즉 입으로 물을 들이마시고 아가미의 새엽에서 산소를 흡수 한 뒤 아가미구멍을 통해서 물을 내보낸다. 아가미 속의 새엽은 물과 닿는 면적을 넓히기 위해서 여러 겹의 얇은 막으로 되어 있으며, 이 속에 많은 실핏줄이 퍼져 있다. 이곳에서 물속의 산소가 흡수되어 혈관을 통해 온몸을 돌게 된다.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오면 산소 교환이 이루어지는 아가미 속의 새엽이 말라붙어서 호흡을 할 수가 없게 되는데, 아가미와 더불어 다른 기관을 부수적으로 호흡에 이용하는 몇 종의 물고기들이 있다. 말뚝망둥어처럼 목구멍의 실핏줄을 이용하여 공기호흡을 하는 물고기가 있는가 하면, 피부에서 일부 산소교환이 일어나는 피부호흡을 하는 물고기도 있으며, 창자호흡을 하는 물고기도 있다.


바로 미꾸라지와 미꾸리가 창자호흡을 하는 대표적인 물고기이다. 물 위에 머리를 내밀고 공기를 들이마셔, 창자로 보내어 창자에서 산소를 섭취하고, 이산화탄소는 항문을 통해서 밖으로 내보낸다. 수족관에 들어 있는 미꾸라지들이 수면과 바닥을 바쁘게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바로 창자호흡을 위해서 물 밖의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한 행동이며, 이 때문에 미꾸라지들이 들어 있는 수족관의 수면에는 많은 거품이 일어나있는 것이다.


이러한 습성을 가진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공기 중에서 오래 버틸 수가 있으며, 울릉도의 주민은 비 오는 날 물줄기를 따라 하천에서 멀리 떨어진 길 위까지 올라왔다가, 비가 개인 후 물 속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미꾸라지를 보고 그것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저자소개

 

 

최 윤

 

*1959년 전라북도 군산 출생
*전북대학교 생물학과, 동 대학원 졸업(이하박사)
*일본 홋카이도대학 수산학부 연수 (1996, 2001년)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생물공학과 교수 (1997~현재)
*한국어류학회 부회장, 환경생물학회 이사

글쓴날 : [12-02-22 15:06] 스쿠바다이버기자[diver@scuba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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